소개팅 :: 2007/07/17 03:15
5월 말에 난생처음으로 소개팅을 했습니다. 소개팅시켜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같이 다니는 동생이 갑자기 소개팅을 하라더군요. 왠지 쑥스러울 것 같아서 사양했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는 말에 설득돼서 나가게 되었습니다. 연애는커녕 변변한 데이트도 못해본 저는 첫 소개팅에 대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. 소개팅에 뭘 입고 나가야 할지 몰라서 집에서 동생에게 복장은 정장을 입으면 되냐고 묻자 요즘은 선 볼 때도 정장은 입지 않는다며 어디 가서 오빠라고 하지도 말라더군요. -_- 소개팅 날짜가 다가오면서 저는 "어뜩해~! ㅠ_ㅠ"만 연발했습니다. 주변 사람들이 만년 솔로부대의 첫 소개팅이라니까 제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하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보이더군요.
드디어 소개팅 날. 예쁘다고는 했지만 덜렁대는 구석이 있는 주선자의 말이라 못 미더웠는데, 소개팅에 나온 그녀는 정말 예뻤습니다. 눈에 확 띄는 미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쌍꺼풀진 눈에 보조개가 예쁜, 높은 톤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. 게다가 잘 웃고 성격도 쾌활했습니다. 간단히 말해서 상대분이 제 마음에 들었단 말입니다. *-_-* 커피를 마시며 대화(호구조사)를 나누고서 술을 약간 곁들여 저녁을 먹었습니다. 긴장한 저는 동갑인데도 바보같이 첫날엔 말도 못 놨습니다. 그렇게 첫 소개팅을 하고 애프터로 영화를 본 뒤 지금까지 연락하며 몇 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.
아무튼, 여기까지 얘기하면 술술 잘 풀렸는가 싶지만, 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. 먼저 연락 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만나자면 나오는 걸 보면 싫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좋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. 상대의 반응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법이지요. 주변에선 빨리 승부(?)를 하라며 재촉했지만 저는 조급하게 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한 달이 넘도록 사귀자는 말도 하지 않고 질질 끌었습니다. 조만간 사귀자는 말을 꺼낼 생각인데 솔직히 잘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. 놓치기엔 아까운 사람이지만 고백 후 No라고 하면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지요.
남녀 간의 만남이라는 게 소프트웨어공학보다도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.

